깨진 다기잔을 바라보면서

공지사항2003.10.08 00:55
지난 메일에서 제 얼굴이 공개되고 나서 수많은 저의 안티 열성팬들 曰,
"이야!! 요즘 포토샵 진짜 좋아졌네요, 저 얼굴 잡티 감춘 것 좀봐, 코는 어떻고..!!"
손질한것은 제 모습만 따로 빼내 흑백 처리한 것 밖에 없는뎅. 원판이 받쳐주는뎅..(우엑엑엑!!!!) ㅡ.ㅡ;;
오바이트 하시지들 말기를..
포토 잡글을 앞으로 계속 보내볼까 생각중입니다.(일본애들이 사실은 자신의 홈피에서 많이 써 먹는 방법이었는데)
천고마비하고 이상스레 올해는 예년의 가을 같지가 않은 느낌입니다. 환절기 몸 건강 관리 잘 하시고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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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이 茶器잔을 사기위해 무려 3개월 동안이나 이 다기잔 주위를 맴돌아야 했다. 이 茶器잔이 머가 그리 대단하길래 그런 미친짓을 했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아마도 이렇게 대답을 할 것이다.

"그냥요, 그냥 이 컵이 풍기는 빛깔이 너무나 고와서요, 너무나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더라고요"라고

내가 이 茶器잔을 처음 보았을 때, 수많은 컵들 속에서 유독히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이 茶器잔 때문에, 나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. 그 날도 다른 잔을 사기 위해 인사동 바닥을 한 3-4시간 돌아 다니고 있었던지라 이 茶器잔을 만난 그 순간의 느낌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.
이 茶器잔이 옆에 진열된 정형화된 틀 속에서 방금 빠져 나온 다기잔에 비하면 그 모습이 다르네, 그래서 그렇네라고 하면 모라고 할 말이 없다.

나를 사로잡았던 것은 茶器잔이 주던 外型의 차이 때문은 아니였다. 나를 사로 잡았던 것은 이 컵이 품고 있던 빛깔 때문이었다. 유약이 반들거리는, 제 빛깔을 앞다투어 빛내는 컵들에 비해 이 다기잔의 빛깔은 자연의 입김이 그대로 스며 있었다고나 할까?, 은은한 자연의 빛깔, 흙의 빛깔을 내게 느끼게 해줬기 때문이었다고 할까..

이 다기잔은 이 집에서도 팔 수 없는 물건이었다. 다기잔의 생명은 뚜껑이 있는 잔은 잔의 이빨이 빠진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뚜껑이 문제가 되면 팔 수가 없다고 주인 아저씨가 설명을 해줬다.
그런 결함 때문이었는지 처음에는 주인 아저씨도 파는 것을 미기적거렸고 가격 때문에 나도 망설였다. 그런 컵을 3개월이 지난 싯점에서 드디어 내 것으로 만들었다.(아저씨의 고난도의 상술이었다고 해도 나는 이미 내 시선과 마음을 뺏앗겨 버린 이 茶器잔을 어떻게 했서든지 샀을 것이다.)
물론. 이 다기잔은 현재도 사용이 불가능하다. 내가 컵의 포장지를 벗겨내면서 바닥에 흘리는 바람에 금이 갔기 때문에 있으나마나한 컵이 되 버렸다.
그러나 나는 이 컵을 버리지 못하고 내 책상 앞에 두고 바라본다.

잠시나마 나로 하여금 자연의 빛깔을, 내가 그 동안 잊고 살았던 자연의 뽐내지 않지만 은은히 자신의 빛깔을 풍기는 자연의 빛깔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기에
유아독존이라고 했나? 혼자 잘 나 세상을 살아가는게, 이 다기잔은 내게 진정한 유아독존이 어떤 것인가를 가르쳐 주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이 茶器잔을 사랑 할 것이다.
아쉽다면 이 잔에 녹차를 우려서 마시고 싶었는데 그 욕심만은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.
욕심히 과하면 욕심으로 인해 망하는 법도 이 다기잔은 내게 가르쳐 주었다.

2003. 10. 7 깨진 茶器잔을 바라보면서